`50년 춤꾼` 이경화 우리춤 예술원 이사장

 
 
6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서 공연
‘이경화의 해설이 있는 전미령 김주영의 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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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장고춤을 선보인 이경화 우리춤예술원 이사장]

 

(UPN뉴스=김은주 기자) 한국 무용계의 거장인 이경화 (사)우리춤 예술원(이하 예술원)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연습실이 있는 분당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는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50여년을 한우물만 파고 사는 이경화 이사장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그것도 척박하던 한국 무용을 전공하며 남들이 알아 주지도 않던 시절 배고픔을 참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춤을 배우고 또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것이 과연 보통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막상 이사장을 만나고 보니 그녀의 춤에 대한 내공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강단 있어 보이는 외모와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눈매, 이 모든 것이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모든 의문을 한꺼번에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춤 인생에 대해 말할 때마다 입가에 번지던 그녀의 미소를 보니 50여년 춤사위 인생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아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곁에는 수 많은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지만, 20년 전 그녀와 똑같은 길을 걸으며 동고동락하는 애제자 김주영 대표가 함께 하며 그녀와 똑같은 외로운 춤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이경화 이사장은 한국 전통 무용계의 거장이다. 아니 거장이라는 표현으로는 조금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전통 무용계의 버팀목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로 제자들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 전통 무용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막식 공개행사 안무 및 지도,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식 공개행사 안무 및 지도, 2002 한일월드컵 개막식 공개행사 안무 및 지도, 2007년 한중 문화 예술 대축제, 2007년 한중 수교 15주년 한중 합동 공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연 안무 예정 등 크고 작은 국내외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도맡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경화 이사장은 젊은 나이에 제자들을 길러야 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1984년 29살 때 한국 무용가로서 국내 최초로 예술원을 창단했다. 8년 전부터는 사단 법인으로 인정받아 체계적인 교육 아래 제자들을 배출할 수 있는 물고도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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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에서 이경화 이사장이 담당한 안무]

 

예술원 이사인 김주영 대표도 중학교 시절부터 이경화 스승을 만나 20여년 그녀의 제자로 춤을 배우고 있다. 제자 김주영 대표에게 이경화 이사장은 영원한 스승이자 넘어야할 거산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20여년 이사장을 지켜봤는데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신다. 이제 더 이상 배우실 게 없으실 거 같은데도 배움의 길을 놓지 않으신다”며 대단한 열정을 추켜세우며 “소고춤을 배우러 진주까지 직접 내려가길 마다하지 않으신다. 각 지방을 돌며 춤을 배우시고 다음날 학교에 출근하신다. 이런 모습을 20년 넘게 봐 왔다”며 당시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경화 이사장은 생을 마칠 때까지 배우다가 가는 게 춤이라며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춤을 추며 배울 수 밖에 없다는 필론을 내세운다. 

 

“춤은 내 일상이고 인생이다. 지금 춤을 추지 않는다면 내 삶은 끝난 거라고 생각한다. 평생 배우다가 마치는 게 인생인 거 같다”며 재작년에는 25년 교직 자리를 명퇴하고 20대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국제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의 배움은 늘상 숨을 쉬는 것처럼 인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경화 이사장은 춤꾼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 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춤의 길을 끝까지 걷는다는 건 너무 힘들다. 수많은 제자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한 해에 한 제자만 건져도 성공했다는 무용계의 속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지켜본 김주영 대표는 항상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춤은 감정의 기복이 있으면 견디기 어려운 작업인데 김대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며 제자 김주영이 걷는 험난한 길을 칭찬의 말로 위로하기도 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한 아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김대표의 모습을 보니 30대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젊음을 무기로 살았던 열정적인 당시를 떠올렸다. 

이경화 이사장은 “어떻게 나와 그렇게 똑같은 길을 걷고 있냐”며 안쓰럽고 대견한 제자의 손을 슬며시 쓸어내린다. 스승의 애처로운 위로 한 마디에 김주영 대표는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김대표의 눈물은 누구보다 엄격한 스승이 때로는 갈지자로 걷고 때로는 느리게 걷고 있지만 잘 걷고 있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이젠 눈물 한 방울 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경화 이사장과 김주영 대표. 그리고 이 둘은 전미령 이사와 함께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이경화의 해설이 있는 전미령 김주영의 춤’이라는 공연을 통해 사제지간의 신뢰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발레와 클래식에서 종종 선보인 해설을 곁들인 공연으로 한국 무용에서 해설을 첨부하는 건 이례적인 공연일 것이다.

 

이경화 이사장은 “한국 춤이라면 이해하기 난해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춤인지 알아보고 쉽게 느낄 수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기초적이라 할 수 있는 입문부터 심층적인 춤까지 설명이 곁들여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며 신선한 시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미령 이사는 이번 공연에서 살풀이 춤, 승무, 문Ⅱ(해후)를 선보인다. 이경화는 전미령 이사에 대해 “외모부터 한국의 전형적인 여인같이 다소곳하고 정적인 면을 지녔다. 춤사위도 단아하고 곱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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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일 예정인 ‘승무’의 전미령 우리춤예술원 이사]

 

김주영 대표는 소고춤(최종실류), 멜북과 풍장, 그날의 기억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창작 작품 ‘그날의 기억’은 9.11 테러사건, 서해대교 참전사고 등 갑작스런 비보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애환을 모티브로 삼았다.

 

특히 소고춤의 경우에는 12분 추는 것이 축구 전반전 경기를 뛴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한다.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넘치냐고 묻자 손사래 치며 “튼튼하다”고 수줍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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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인 창작 작품 ‘그날의 기억’을 선 보이고 있는 김주영 대표]


그러면 스승 이경화는 제자들이 무대 위에 오를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70% 정도만 발휘해도 만족한다. 나도 내 공연을 다시 보게 되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평소 제자에게 지독한 연습을 시킨다. 그렇게 해야 무대에서 70%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단호한 말투와 굳은 표정은 엄격한 스승의 자태가 그대로 흘러나온다.

 

“춤은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춤 속에 자기 자신을 집어넣었을 때 보는 이에게 감흥을 준다. 그런 점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무용가가 되었으면 한다”며 제자에게 바라는 점도 슬며시 털어놓는다.

 

하지만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난이다.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시대인 만큼 춤을 향한 이들의 짝사랑은 허황된 욕심과도 같아 보였다.

 

“공연비의 대부분은 무용가들의 사비로 충당된다. 무용은 단순히 무대에서만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조명이나 소품 의상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요구가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넉넉하지 않고 무용가들을 후원해주는 곳이 많지 않아 일일이 방문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화려한 춤사위에 가려진 우리시대 무용가들의 어두운 단면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외 공연일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소규모 공연은 열악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공연을 개최하려고 하는 걸까?

 

김주영 대표는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다. 대체적으로 무용가들은 일 년 열심히 일한 돈을 모았다가 모두 공연에 쏟아 붓는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공연을 갖는 이유는 무대에 서는 짜릿한 순간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 짜릿함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했을 때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아마도 그 쾌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싶어서 공연을 여는 거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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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대학에서 교수 자격으로 특강할 당시 이경화 이사장(우측에서 2번째)
     맨 좌측은 이사장의 부군인 북경대학 교수인 이영주 박사]


이번 공연의 해설로 활약하게 될 이경화 이사장은 한국 고전 무용을 중국에 전수시키고 있다. 이경화 이사장은 북경에서 중앙민족대학 무용대학 객좌 교수, 방위과기대학 교수로 제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중국정경문화연구원 이사 등을 역임하며 중국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 중국은 단지 거대한 대륙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척지며 가능성 있는 무용 교류장이다. 한류 물결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중국의 현 상황이 호조로 작용했으며 중국을 도약지로 삼아 한국 무용과 악기를 전 세계로 확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데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이사장이지만 우리나라 춤과 악기가 중국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한국 무용이 중국에서 온전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이경화 이사장의 최종 목표도 중국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북경에서 한국 무용 대학을 만들어 제자를 양성하고 싶다. 재작년부터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현저히 차이 나 쉽지 않다. 만약 중국으로 내 제자들을 불러서 한국에서 받는 정도로 대우를 해줄 수 있다면 유명한 지도자들을 북경으로 불러 모을 계획이다. 또한 한국 무용 뿐 아니라 한류 비보이나 힙합댄스 같은 분야도 개척할 예정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경화 이사장이 진단한 우리나라 춤과 음악의 맹점은 지루하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 봐도 지루한 한국 무용을 지루하지 않게 상품화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무용의 상품화가 잘 되어 있는 중국을 보면 깊이와 신비감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비해 한국 무용은 볼수록 매력적이고 맛이 있어 이런 시도를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한국 무용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경화 이사장은 한국 춤을 보급하는데 힘쓰는 제자 전미령 김주영 대표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무대를 통해 더 큰 세계를 꿈꾸고 있다.

 

춤을 동경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진 희생을 감내했던 이경화 이사장은 ‘하늘의 뜻을 알게 된 지천명’이 지나서야 비로소 춤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다며 겸손해 하는 그녀.

 

오늘도 그녀는 제자들과 우리 춤을 연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중국 대륙을 호령할 이경화의 춤사위와 제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신명나는 춤판이 기다려진다.

 

김은주 기자 / kimej@upnnews.co.kr

 

이경화 이사장은?

 

사단법인 우리춤 예술원 이사장
중앙민족대학 무용대학 객좌 교수(북경)
방위과기대학 교수(북경)
북경무도학원, 북경현대무용단
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 이수자
무형문화제 제 97호 살품이춤 이수자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개막식 공개행사 (봄처녀) 안무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등불의 안녕) 행사 최연소 안무 참가
1999년 프랑스 발롱스 축제 초청공연
2000년 프랑스 다종 국제민속경연대회에서 은상 수상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누리북) 안무와 지도 담당
2006년 중국 중앙민족대학 특별초청 공연 예술 감독 및 단장
2007년 한중 문화 예술 대축제 공연
2007년 한중 수교 15주년 한중 합동 공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연 안무 담당

1979년 무용한국사 주최 제1회 전국 신인 무용 대회 금상 수상
1986년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식 안무: 체육부 장관 표창장 수상
1989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폐막식 안무: 체육부 장관 표창장 수상
1997년 진주개천예술제 특장 부문 ‘살풀이’ 최우수상 수상
2003년 서울예술고등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예고를 빛낸 얼굴들’ 수상
2003년 국무 총리상 수상(제11754호 해외홍보 유공)
2006년 대통령상 수상(제3439호 소고춤)

 

 

김 주 영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용인대학교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
명지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
용인대학교, 대진대학교 출강
사단법인 우리춤예술원 대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자
한국무용학회, 한국무용과학회, 한국무용연구학회 이사

 

 

전 미 령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세종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춤다솜아카데미 대표
사단법인 우리춤예술원 이사